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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月が綺麗ですね2018-06-26 11: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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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MBC 보도 부국장 님의 글입니다.


일문학에서 “月が綺麗ですね”와 “死んでもいいわ”가 사랑고백의 표현이 된 유래

         

나쓰메 소세키가 영어교사를 할 때 I love you를 我君を愛す(われきみをあいす)라고 번역한 제자에게 “일본인은 그런 말은 하지 않아.” 月が綺麗ですね “달이 아름답네요 라고 번역하면 돼”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소세키가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 증거는 없지만 일본의 세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소세키가 그런말을 했다고 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여겨져 소세키가 한 말로 통용되고 있다.

...

남녀가 함께 달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면 마음(こころ)이 통하는것 아닐까하는 점에서 月が綺麗ですね는 일본어 특유의 그윽함이 느껴진다.


물론 “我君を愛す”라는 말도 무방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고백을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에둘러 전했던 예전 일본인의 버릇과 맞는 月が綺麗ですね”란 표현은 소세키 덕분에 일본에서는 사랑을 고백하는 말로 통한다.


月が綺麗ですね보다 수위가 몇 단계 노골적으로 들리는 死んでもいいわ”(죽어도 좋아)역시 대문호의 번역작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표현이다. 나쓰메 소세키와 동시대를 살았던 노문학자(露文學者) 후타바테이시메이(二葉亭 四迷(ふたばてい しめい)가 이반 뚜르게네프의 자전적 소설 아샤(Ася 일본어로는 片恋<かたこい> 짝사랑 한국어 번역도 같음)을 번역해 소개하면서 표현을 윤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이다.


아샤(Ася)는 여주인공 이름이다, 러시아 여성은 쏘냐, 나타샤처럼 ‘아’또는 ‘야’로 끝난다. 명사역시 ‘아’나‘야’로 끝나면 여성명사다. 死んでもいいわ에서 예쁘게 꾸미는 여성형 종조사わ가 붙은 것은 소설속에서 ‘죽어도 좋아’라는 말이 여주인공 아샤(Ася)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은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후타바테이 시메이의 번역판 片恋<かたこい>의 대목이다.


(略)私は何も彼も忘れて了って、握ってゐた手を引寄せると、手は素直に引寄せられる、それに随れて身躰も寄添ふ、シヨールは肩を滑落ちて、首はそつと私の胸元へ、炎えるばかりに熱くなつた唇の先へ來る…
「死んでもいいわ…」とアーシヤは云つたが、聞取れるか聞取れぬ程の小聲であつた。
私はあはやアーシヤを抱うとしたが…ふとガギンの事を憶出すと(略)


아마도 시메이는 뚜르게네프의 아샤(Ася) 영문판을 참고하면서 일본어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I forgot everything, I drew her to me, her hand yielded unresistingly, her whole body followed her hand, the shawl fell from her shoulders, and her head lay softly on my breast, lay under my burning lips. . . .
“Yours”. . . she murmured, hardly above a breath.
My arms were slipping round her waist. But suddenly the thought of Gagin flashed like lightning before me

“Yours”. . . she murmured, hardly above a breath“의 러시아어 원문은 Ваша… — прошептала она едва слышно


(바샤..쁘로솁딸라 아나 예드바 쓸릐쉬너)로 그대로 직역했다. 그런데 일본어로는 Yours(Ваша)를 직역하면 아주 어색하다. 후타바테이 시메이는 이 부분을 살리려는 욕심으로 ”死んでもいいわ…죽어도 좋아“를 집어넣은 것 같다.

도쿄외국어학원 노문과를 중퇴한 二葉亭 四迷는 浮雲, 其面影같은 소설을 낸 뒤 아사히신문의 러시아 특파원으로 1908년 뻬쩨르부르크로 떠나면서 나쓰메 소세키와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것이 마지막 만찬이 됐다. 二葉亭 四迷가 이듬해 러시아에서 폐렴과 폐결핵에 걸려 혹한의 땅에 머물지 못하고 귀국에 오른 배편에서 세상을 떠나게 되기 때문이다.